- For 화뉴님 / 흑프리은월에반
- 기타 2차창작/메플
- 2015. 11. 4. 00:17
※화장실에서 뒤 안 닦은 것 같은 단편
※For 화뉴님
※원작 모르는 스레기가 썼습니다 죄송해요 죄송합ㅂ니다 스레기라 제송합니다
흑프리은월에반
W. by Y-ANNA
이젠 어디에도 없다. 무엇이 없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없어진 것이 무엇인가의 문제다. 은월은 이젠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했다. 옛 친구들이 없는 건지, 아니면 은월이 없는 건지? 프리드는 죽었지만 다른 동료들을 두고 은월은 살아남았다고 표현해도 좋은 걸까? 그가 항상 답을 찾지 못할 때면 프리드가 그에게 답을 줬건만. 이제 은월은 잃어버린 것을 찾는 방법도 알지 못하는 얼간이가 되고 만 모양이었다. 그는 또 부질없이 뇌리를 어지럽히는 생각들에 휩쓸려 혼자의 사념에 침잠했다.
그는 기억의 조각 사이에서 또 언제나처럼 외로웠다. 눈 내리는 사자왕의 성에서 직면해야 했던 그가 없는 세상을 떠올렸다. 서러운 것은 그가 없어도 세상은 그대로였다는 것이고, 그가 있다 해서 나아지거나 좋아질 일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었다. 아니, 아니, 그따위 것들은 상관이 없다. 애초에 의미도 없는 인생을 프리드가 구원했을 뿐이었는데 이제 와 그런 것에 연연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저. 그저 그들은 은월이 없어도 빛났고, 그들을 잃은 은월은.
“형.”
그가 없는 은월은…….
“형, 일어나 봐요.”
그는 찬 물을 얻어맞은 듯 혼곤히 잠에서 깨어났다. 눈만 뜬 채 빠르게 주변을 살피던 그의 시야에 흐릿하게 연한 색감이 잡혔다. 그는 입속으로 프리드의 이름을 굴리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그럴 리가 없지.
“무슨.”
일이 있냐고 물을까 하다가 그는 표정을 굳혔다. 에반이 드물게 표정을 일그러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마치 화가 난 것 같다가도 울 것 같은 얼굴이기도 했고, 은월을 잊어버린 랑이 나무 아래에서 홀로 비를 맞고 있던 그 날 같은 인상이기도 했다.
“일이 생겼나?”
은월이 벌떡 몸을 일으켜 세우며 딱딱하게 묻자 에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리다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뇨?” 그가 은월의 옷을 잡아당기며 겨우 다시 자리에 앉혔다.
“그냥 형이 악몽을 꾸시는 것 같아서 걱정돼서 깨웠어요.”
“아.”
은월은 잠시 당혹스런 낯을 했다가 비스듬히 웃었다. 표정 변화가 드문 얼굴 위로 흐릿하게 고통이 번졌다. 에반은 그것을 낱낱이 관찰하듯 유심히 뜯어보고 있었다. 에반은 그런 행동이 아주 멍청하고 자학적인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에반은 언제나 딱 그 정도의 위치였다.
은월의 추억은 공유될 수 없었지만 에반에게는 공유하지 못할 추억조차 없었다.
“악몽은 아니었어.”
은월이 담담히 대꾸하며 고맙다고 덧붙였다. 에반은 잠시 그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그저 네, 하고 대꾸하고 말았다. “다행이에요, 그럼.”
**
“다행이라 해야 할까?”
에반은 대체 무엇을 위해 그를 대신해 이곳에 섰는가? 소년이 당혹스레 시선을 굴렸다. 언제나 꼿꼿하던 요정여왕이 애처로울 정도로 몸을 떨고 있었다. 대체 나는 어째서? 에반이 울 것처럼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그들은 대체 어째서?
“아직도 날 기다리고 있었나 보네?”
프리드의 얼굴을 한 악마가 다정스레 속삭였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꼼짝도 못하고 그를 빤히 보고 있는 영웅들 사이를 여유롭게 걸어온 그가 친근하게 은월의 어깨를 붙들었다. 새빨간 눈동자도 검은 머리칼도 그들 모두가 기억하거나 기대하던 프리드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프리드의 얼굴로, 프리드의 목소리로, 프리드만이 알고 있을 일들을 지껄이며 그들에게 말을 걸다가 기어코 은월에게 당도하고야 만 것이다.
은월은 불현듯 그 손을 쳐내고 싶은 욕망과 마주잡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갈등했다. 어차피 은월에 대한 기억 같은 것은 없을 텐데, 누가 봐도 적이며 악마인 ‘이것’을 해치울 수 있다면 그건 은월밖에 없을 텐데. 은월은 깊은 혐오를 느꼈다. 눈앞의 프리드의 껍데기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그때 ‘그것’이 마치 프리드처럼 웃었다.
“너 정말 한결같구나.”
그는 순간 잘못 들었나 했다. 그러나 프리드는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그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이제는 아무도 모를 이름.
프리드가 직접 선사한 이름. 이제는. 아무도.
아무도 모를.
“아, 혹시 내가 없다고 그 이름 안 쓰기로 한 건 아니지?”
“은월형.”
에반이 떨리는 목소리로 날카롭게 그를 불렀다. 은월이 흔들렸다. 세상이 흔들린 건지 은월이 흔들린 건지 알 수 없는 찰나였지만 에반의 푸른 눈이 따라가듯 떨리고 있었다. 잠시 은월의 시선을 따라 그 소년을 돌아 봤던 ‘프리드’가 빙그레 웃었다. 그는 소리 내어 웃음을 터트렸다.
“설마가 사람 잡네.”
“프리드.”
“그래, 지금 이름은 은월인가 봐, 내 친구.”
저도 모르게 변명이라도 하려는 사람처럼 그가 프리드임을 인정하고서야 끝도 없을 불길함이 찾아왔다. 더 들어서는 안 된다. 더 말해서도 안 된다. 더 직면해서도 안 될 일이었다. 그는 에반의 푸른 눈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생각했다. 그에게는 사명이 있었다. 프리드가 그에게 전해주었던……. 그러나 프리드는…….
“괜찮아, 전혀 섭섭하지 않아. 나만 네 원래 이름을 불러주면 되지, 안 그래?”
“너 더 이상 그 입…….”
그의 입을 막아야 한다고, 은월이 판단한 것보다 ‘프리드’가 고개를 기울이고 특유의 맑은 얼굴로 유하게 웃는 것이 빨랐다.
“날 위해 살아주기로 했던 그 목숨.”
분명 곡절이 있으리라 여겼다. 한 사람에 대한 기억과 관계가 말소되는 말도 안 되는 일도 일어나는데 하다못해 사람이 좀 변할 정도의 일이야 불가능할 리 없다. 그러니 그에게는 분명 언제나 그랬듯 은월이 납득할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었을 것이고 만일 그에게 어떤 사연이 있다면 은월은 결코 그를 등질 수 없으리라는 것도 알았다. 사실 사정이 있든 아니든 외면할 수는 없으리라는 것 또한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믿고 싶었던 건 그저 그가 언젠가 다시 예전처럼 웃으며 은월, 다정스레 지금의 이름도 불러줄 날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품은 희망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뒷말은 들을 수 없었다. 은월은 자신이 어떤 식으로 행동할지 분명하게 짐작하고 있었고, 그게 올바르지 못하며 그 누구를 위한 일도 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리드가 선량한 얼굴로 웃었다. 검은 머리칼과 붉은 눈동자의 프리드가.
“이번엔 날 위해 죽어줄래?”
프리드랑 똑같이 닮았지만 눈이 좀 더 푸르고, 얼굴이 조금 어리고 머리칼이 조금 더 환하다 생각했던 소년이 검은 머리칼 너머로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차라리 그가 훨씬 프리드처럼 보였지만 은월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프리드는 죽지 않았다.
은월만 남겨진 것은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은월만 남겨두게 된 것이.
“잘 생각해.”
내게 네가 소중한 만큼 네게도 내가 귀중했다 여겼건만, 너는 아니었나?
너에게는 그것이 변질되지 않고 잠에서 깨어날 친구들을 기다릴 만큼 중한 것이 아니었나, 프리드? 이름 없던 자에게 이름을 주고 삶이 없던 자에게 삶을 주고, 이유가 없던 자에게 이유를 주던 태양 같은 지도자가 어둠처럼 음울하게 웃는 낯을 앞에 두고.
“마지막 기회야, 날 위해 죽을 수 있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은월은 자신이 내릴 대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에게는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그에게는.
프리드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은월에게는.
정말로 그것이 마지막 기회였다. 어떤 의미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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