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의 리들아실리외전 수정없이 그대로 업로드는 미친 짓일까요?
- RTB/etc
- 2016. 8. 21. 15:11
1.
톰 마볼로 리들은 분노에서 태어났다. 차마 손에 틀어쥘 수 없는 것, 그를 능멸하는 것들에 대한 참된 분노로부터 그 지독한 악의와 증오와, 갈 곳 잃은 감정들이 뒤엉켜 만들어진 것이다.
어린 시절 갇혔던 그 독방에서, 손바닥에 고이는 태양의 온기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또 그것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리자 마치 온기라고는 받아본 적도 없다는 듯 순식간에 식어내리는 손바닥을 바라보며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따위 것은 이제 와 무의미하다.
단지 그는 태양을 증오했고, 그 덧없음을 원망했고, 자신의 처지에 분노했고, 눈이 멀 정도의 찬란함을 부숴버리고 싶었다. 언제나
바랐지만 소유하지 못했던 것들, 또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소망하는 소유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노, 탐욕, 증오와. 절망.
그리고 톰 마볼로 리들은 만났다. 만나고 말았다.
"스티미스트."
이방인? 이방인이라고. 감히 이 세계를 가짜라 지껄이는 불쾌하고 무례한 인간들. 그들을 위해 준비된 이 세계에서, 톰 마볼로 리들의 모든 고통과 비극은 그들에게서 비롯되었다. 역겨운 족속.
두 손으로 그 생명을 움켜쥐고 비참하게 죽여 버린다면 기꺼울 텐데.
태양처럼 찬란히 흩어지는 백금발과, 우아하게 휘어지는, 한껏 고상한 재색 자안. 세상의 절망이라고는 느껴보지도 못하고 풍족한 환경에서 태어나 평화 속에서 자라온 것이 빤히 보이는 축복 받은 인생.
손 안에서 맥동하는 얇은 목숨을, 그의 뜻대로 거두어 버리면 기쁠 것이다. 그의, 뜻대로.
어떻게든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의 세계를 어지럽히는 그것들을 감히 쫓아내고 싶어서, 살해하고 싶어서, 다시는 재기할 수 없을 정도로 부수고, 망가트리고, 나락으로 밀어 넘어트리고 싶어서.
증오했다. 분노했다. 원망했다. 모든 것은 너희의 탓이니까. 그래서 더,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너무도 간절하게…….
그 감정의 까닭과 연유는 알지 못한다. 어쩌면 그것은 분노일지도 모른다. 증오일지도. 끔찍한 혐오일지도. 질투일지도. 열등감, 부러움, 질시 따위에서 비롯된 감정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톰 마볼로 리들은 그것을 소유하기로, 했다. 그래. 이유를 알았다. 그야말로 이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 그것을 손에 넣는다면.
그가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될 테니까.
2.
순간이동을 배우더니 숙련을 올린답시고 집 안에서 뿅 뿅 순간이동을 사용해 이리저리 나다니는 아실리 덕분에 최근 톰 마볼로 리들의
심기는 매우 불편했다. 책에 조금 집중을 하려고 하면 여기서 뿅, 또 저기서 뿅, 나름대로 성공률은 꽤 높은 듯 했지만 갈수록
자신이 붙었는지 하루에도 네댓번씩 뿅뿅대서 아주 죽을 맛이었다.
애써 무시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악, 하는 비명이 들려 톰 마볼로 리들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더이상 뒤따르는
소리는 없었지만, 대충 상황을 알 것도 같아서 얕은 한숨을 내쉰 그는 비명이 들린 쪽으로 향했다. 아니나다를까 순간이동을 하면서
집중력이 조금 떨어졌던지 아실리 네이트케 스티미스트가 손을 부여잡고 끙끙대고 있었다. 그녀는 부상을 입으면 정신이 나가서 불메라
사멘투르만 줄창 쓰는 경향이 있다. 그 시간에 차라리 약간 치료를 하는 편이 효과적일 텐데.
그녀를 조금 한심하게 내려다 보던 톰 마볼로 리들은 창백한 안색을 살피며 그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찡그려진 자안이 푸르르 떨며
그를 올려다 봤다. 조금 불안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매우 유감스럽게도 톰 마볼로 리들은 아실리 네이트케 스티미스트가 부상을
입기만을 노리고 있을 정도로 졸렬하진 않았다. 굳이 어떻게 위해를 가할 생각이라면 그럴 필요도 없고. 사실 지금은 그것보다 바라는
바가 있는 지라.
"손."
"엩?"
"내 보렴."
나긋나긋하게 말하며 손을 내밀자 잠시 무슨 꿍꿍인가 재 보는 듯 하던 아실리가 조심스럽게 제 손을 리들의 손 위에 얹었다.
피칠갑이 된 것 치고 부상은 심각하지 않았다. 그냥 손가락 하나가 좀 덜렁 거릴 뿐이었다. 톰 마볼로 리들이 아무렇지 않게 부상을
확인하는 식으로 덜렁거리는 손가락을 집어서 살짝 상처를 열어 보자 아실리는 파드득 난리를 치며 손을 빼내려 들었다. 물론 의미
없는 몸짓이었다.
겁 먹고 혈액을 줄창 보충한 덕인지 피는 나오는 속도보다 들어가는 속도가 빠른 것 같았다. 톰 마볼로 리들은 가볍게 그의 상처
위로 지팡이를 톡톡 두드리며 주문 두어개를 순식간에 영창했다. 서서히 아물기 시작한 제 상처를 조금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던
아실리가, 상처가 아무는 즉시 오 땡큐 하며 손을 빼내려 했다. 톰 마볼로 리들은 그 손목을 힘주어 잡았다.
"앜! 뭔짓이냨 놔랔! 이 손 놔랔!!"
그녀가 손을 탈탈 털어댔지만 그 정도 힘은 톰 마볼로 리들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건조한 얼굴로 아실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실리는 의아한 듯 눈썹 끝을 치켜 올렸다. 톰 마볼로 리들이 부드럽게 미소했다. 그녀는 조금 불안해졌고,
불안한 예감은 빗나가는 적이 없었다. 톰 마볼로 리들은 그대로 고개를 숙여 아실리의 손끝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앜!!!!!!!!!!!!!!!!! 이 또라이얔!!!!!!! 너 언제까지 그 지랄 할 거얔!!!!!! 존나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은 그만둬 시발!!!!"
"거짓말이 아니라지 않니, 아실리."
그리고 톰 마볼로 리들은 보란 듯이 애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제게 잡힌 손을 조금 세워 손바닥에 깊게 입을 맞췄다. 아실리가
짜증스레 손을 빼려다가 여의치 않자 그대로 톰 마볼로 리들의 얼굴을 쥐어버리려 했다. 그 순간 소름끼치는 감촉이 손바닥으로부터
전신을 내달렸다.
"너 시발 지금 핥았……?!"
극심한 멘붕을 겪는 것이 분명한 얼굴로 어버버 어버버 말을 더듬던 그녀가 가만히 있자 리들은 눈꼬리를 야살스레 접으며 그대로
손가락을 길게 핥아 올렸다. 척추가 찌르르 울리는 듯한 느낌에 아실리의 얼굴은 거의 울상이 되었다. 손가락을 꿈질꿈질 움직이는
꼴이 조금 안쓰러워 보일 지경이었다.
"그, 그마내요 시발 제가 다 잘못해써옄."
"글쎄, 애쉬. 정말 뭘 잘못한 건지는 아니?"
"몰라 시발!! 알 게 뭐얔!! 뭐가 뭔지는 몰라도 다 내가 잘못했다고!!"
톰 마볼로 리들은 눈썹 끝을 조금 구부리며 웃더니, 그대로 아실리의 손목을 강하게 물어뜯었다. 앜!! HP 깎여 시발!! 그녀가 빽
비명을 내지르며 손을 빼내자, 리들은 이번엔 자유롭게 손을 보내 주었다. 재빨리 손목을 확인한 아실리가 흐으엉 괴상한 소리를
냈다. 이빨 자국이 선명히 남다 못해 연약한 핏줄들이 안에서 터진 건지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주저앉아 있는 아실리의
위쪽에서 그림자를 드리우며 리들이 상냥하게 미소했다.
"예쁜 색이구나. 그렇지 않니?"
"씨펄 싸이코는 뭐가 달라도 달라!! 존나 어머니 살려줘욬! 이제 게임 좀 적당히 할게 흐엉어엉 제 업보가 남들과 달라 서로 사맛디 아니할새도른듯 흐엉어허어어헝"
멘탈이 산산조각 난 듯 징징대는 아실리를 조금 만족스럽게 내려다 보던 리들이 징징대는 그녀의 어깨를 한 팔로 붙잡은 채 다른
손으로 머리를 슬슬 쓰다듬어주었다. 물론 아실리는 지금 자길 무슨 짐승 취급하냐며 채찍과 당근은 무슨 시발 꺼지라고 질색했고,
손에 힘을 줘서 그를 밀어내려 했다.
힘이 안 될 뿐이었다.
3.
아실리 네이트케 스티미스트에게는 요즘 심각한 고민이 하나 있다.
한 지붕 아래 사는 개싸이코 또라이 새끼가 갑자기 답지 않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굴기 시작한 것이다. 지 입으로는 무슨 널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어쩌고 지랄을 하는데, 이게 대체 뭔 꿍꿍인지도 모르겠고 시발 저새끼의 분노조절 장애를 생각해 보면 좋아한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는, 존나 소울리스한 말을 누가 믿냔 말이다.
니는 좋아하는 여자애의 손목을 꺾고 목을 조르냐? 저 시펄 새끼 당장에라도 끌려가서 아즈카반에 쳐들어갈 새끼 같으니.
게다가 존나 딱 봐도 거짓말인 게 티가 나는, 여느 때보다도 상냥하고 다정한 말투로 반복하는 꼬라지에 불현듯 오싹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대체 꿍꿍이가 뭔지, 시발 너새끼가 바라는 게 뭔지 차라리 말을 해 달래도 제 마음대로 갖고 놀고 싶단다.
울리고 싶고, 괴롭히고 싶고, 자기 발밑에서 꿈쩍도 못하는 꼴을 보고 싶단다.
사스가 싸이코는 뭐가 달라도 달라……. 아니 그 이전에 그게 좋아한다는 인간 보고 할 소리냨. 너새끼의 감정체계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거냨. 시스템창이 존나 지랄을 떨 때부터 알아 봤어야 했거늘.
아실리는 앓는 소리를 내며 읽던 책을 내던지고 두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엉엉 엄마 시발 존나 나 다시 돌아갈래 엉엉..
"무슨 고민이라도 있니?"
"내 고민은 너세요 시발."
"이런."
아실리의 머리칼을 손끝으로 뱅글뱅글 돌려서 검지에 감고 있던 리들이 빙그레 웃었다.
"이유를 모르겠구나."
"모르겠다고! 모오르겠다고! 시발! 양심이란 게 있냐 없냐! 존나 이런 거 말이얔! 옘병! 손 떼 이 새끼얔!"
몸을 뒤로 휙 물리려던 그녀의 의도는 머리칼을 꾹 쥐어 버린 리들에 의해 바로 저지되었다. 악! 비명을 내지르며 얌전히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 놓은 아실리가 리들의 팔을 마구 내려쳤다.
"존나 변태도 아니고 머리카락을 왜 만져!"
"분명 관심 있는 여학생에게 호감을 표현할 때 많은 경우 이런 행동을 하지 않던가."
"너 빼고 통용되는 개념이죸! 언제부터 상식 있는 사람이었다곸?!"
"난 언제나 상식에 투철한 사람이란다."
"미친 도르셨나아아아으으으 아으아으앙ㅁ류이류ㅣㅁ아ㅠㅠㅠㅠㅠ으엉어으어"
"얼굴이 창백한데. 피곤한 거 아니니?"
"피곤해! 졸라 피곤해! 너새끼의 그런 태도가 시발 개피곤햌!!"
"그러면 무리하지 말고 쉬어야지."
"미, 미칰?! 안지 마 들지 마 손 잡지 마 다가오지 마 시발 얼굴 들이밀지 맠!"
벌떡 일어나서 상을 돌아 성큼성큼 다가오는 리들의 모습에 아실리가 기함하며 물러섰다. 그러나 금세 책장에 등을 부딪치고 사색이
되었다. 결국 그녀는 책장과 리들 사이에 딱 갇힌 채 안절부절 못하면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리들은 꽤나 관대한 기분으로
그녀를 내려다 보며 다정스레 미소했고, 아실리는 불안해졌다.
"어, 저기, 어, 시발. 어흐흐흐어흐흐어어어엉"
품에 가두듯이 상체를 숙인 리들의 머리칼이 그녀의 뺨을 스쳤다. 아실리는 그 즉시 온몸을 경직시켰다. 생존 본능만 발달한 연약한 동물 같군. 확실히 객관적으로 아실리 스티미스트의 몸뚱이는 아무 짝에 쓸모가 없었다. 리들은 다소 건조하게 생각하며 그녀의 귓가에 나른히 속삭였다.
"아실리."
미친 심쿵.. 개새끼 목소리는 졸라 좋은데 시발 내 심쿵이 존나 설레서 심쿵인지 무서워서 심쿵인지 깜짝 놀라서 심쿵인지 개빡쳐서 심쿵인질 모르겠네 엉엉. 아실리가 고개를 푹 숙이며 또 두 손에 얼굴을 묻자 리들이 조용히 웃었다.
"이러니 내가 널 갖고 싶지 않을 수가."
"야 그건 또 뭔 개소,"
아실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들었다. 리들이 그녀의 허리를 그대로 한 팔로 휙 당겨 안아 버린 것이었다.
"이 미친 또라이가어어어엌?! 너 지금 시발 어디에 어엌?!"
뺨에, 이마에, 콧등 위에 잘게 내려앉는 입술이 아실리는 경악으로 입을 떡 벌렸다가 재빨리 자기 입술 위를 두 손으로 막았다. 리들이 눈을 가늘게 떴다.
"거긴 할 생각 없었는데. 좀 생각이 과하구나."
내가 시발 널 믿으면 존나 호구지. 아실리는 눈을 부릅 뜨고 절대 손을 안 떼겠다는 강렬한 눈빛을 쏘아 보냈다. 물론 별로라기보다도 전혀 무섭지는 않았기 때문에 리들은 코웃음을 치며 아실리의 손등 위에 가볍게 입술을 댔다.
"뭐, 굳이 원한다면야."
"으으으읍으으브으으읍!"
"말을 해야 알지, 사랑스러운 아실리. 손을 떼는 게 어떨까?"
"읍읍! 으으으! 으으으으으브읍!"
"싫다 하지 않으니 좋은 거로 알겠어."
"시발! 이 개샠기야아앜?!"
결국 먼저 욱해서 손을 휙 떼며 욕설을 지껄이는 아실리의 손목은 그 즉시 리들의 한 손에 손쉽게 모여 잡혔다. 아실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리, 리들님 시발 진정해."
"난 지금 어느 때보다도 침착한데?"
"침착하게 맛이 갔구나! 어엉 시발 엠마야 내 동생아으앜! 앜! 손! 손목! 손목!! 손목 시발!! 너 씨발 이러고도 좋아한단 소리가 잘도 나온다!!! 거짓말을 치려면 말이야 어? 어? 경우를 봐 가며 거짓말을 쳐야지! 아아아악 손목 개아프다고 씨발아!"
순식간에 빨간 창이 눈앞에 휙휙 떠오르는 것에 아실리가 격하게 발버둥을 쳤다. 이미 한 팔로는 그녀의 허리를 붙들고, 또 한 팔로는 손목을 붙들고 있던 리들이 다정하게 미소했다.
"엠마누엘을, 네 동생을 죽이면."
"뭐시발?!"
"넌 온전히 이 세계의 것이 될까?"
아실리가 기가 차다는 듯 입을 떡 벌린 채 리들을 올려다 보았다. 그런 그녀를 붉은 기 도는 검은 눈동자로 바라보던 그가 천천히, 마치 감정을 갈무리하듯 웃었다.
"그랬다간 평생 널 손에 넣을 수 없을 테니 남들 좋은 일이겠지."
대꾸 없이 보랏빛 눈동자로 사납게 자신을 바라보는 아실리를 향해 리들이 고개를 숙였다. 순간 아실리가 파드득 놀라 몸을 뒤로 빼려 했다.
"참으로 자비로운 처사가 아닐 수 없어."
그리고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야 리들은 몸을 멈췄다. 그는 파들파들 떨리는 보랏빛 눈동자를 샅샅이 훑어
보다가, 아실리의 손목을 붙들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 그 손으로 꾹 깨물고 있는 그녀의 입술을 엄지로 어루만져 주었다.
"피곤해 보이기도 하니 장난은 여기까지 할까."
"시, 시발, 시발, 시발 미친 시발. 두 번 장난하다간 죽겠, 이, 이 시발. 시발. 존나 싸이코 주제에 심장에 안 좋아 개새끼! 또라이새끼. 시발! 미친 새끼!"
급격히 숨을 몰아 내쉬며 푹 주저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고 빽빽 욕설을 뱉는 아실리를 평화롭게 내려다 보던 리들이 그대로 그녀의 몸을 휙 들어올렸다.
"굳이 풀어줬는데도 방에 돌아가지 않고 앉아 있다는 건, 글쎄. 이걸 부탁하고 싶었던 거니?"
"안아들지 마아아앜!"
아실리의 의견은 언제나 그렇듯 무시되었다.
+추가로 애쉬(남캐)버전의 리들애쉬(bl) 외전도 있기에 가져왔어요. 1번은 위랑 공통으로 들어갑니다.
2.
"너새끼 시발 요즘 왜 그래."
한참이나 눈치를 데굴데굴 굴리다가 튀어나온 날 선 말이었다. 물론 톰 마볼로 리들은 예나 지금이나 앞뒤 잘라 먹은 말을 알아서
유추해 대답해 줄 정도로 친절한 인물은 아니었고, 따라서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식의 반응만이 되돌아왔을 뿐이었다. 최근에 무슨
짓을 한 적도 없는데 이상하게도 그 어느 때보다도 경계하는 눈초리로 몸을 사리던 애쉬가 잔뜩 긴장한 투로 다시 질문을 고쳤다.
"요즘 왜 그렇게 친절햌."
"친절한 것도 죄니? 그것 참 재미있는 논리로구나, 애쉬."
"친절한 게 너니까 죄죸! 생각해 봐 씨벌 내 목을 조르며 졸라 웃던 새끼가 요즘 들어 무슨 지 애완동물 우쮸쮸 하듯이 날 챙기고 있는데 의심을 안 하면 내가 사람이 아니지 시발! 뭔 꿍꿍이야! 뭔 꿍꿍인뎈!"
비명처럼 내지르며 그는 마치 소름돋는다는 듯 팔을 문질러댔다. 어느새 두 발까지 가지런히 모아 조금이라도 멀어지겠다는 듯 소파 위로 올라가 있는 꼴이 우습기까지 했다.
"무슨 생각이긴. 지극히 인간적이고도 개인적인 친절함이란다. 거부할 이유는 없을 텐데?"
"거부할 이유가 존나 없어서 존나 불안하다! 당장 불어!!"
당장이라도 지팡이를 빼 들 기세였지만 톰 마볼로 리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찻잔을 집어 들었다. 책장을 넘기는 손놀림은 더할 나위
없이 차분하고, 심지어는 아주 품위 넘치기까지 했다. 저 새끼 때문에 난 지금 존나 긴장 중인데 왜 저새낀 여유가 넘치는가.
애쉬는 조금 억울해졌다.
그러나 묵비권이라도 행사하는 듯 대답 없이 자신의 일만 하는 모습에 그는 다시 조심스레 다리를 소파 아래로 내렸고, 경계하는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자신의 차에 손을 가져갔다. 과연 코코의 꿀차는 리들과의 간격을 조금 좁힐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당연히 너를 좋아하니까 그러는 것 아니겠니."
"뿌흡. 지랄."
먹던 꿀차를 아깝게 뿜을 뻔한 애쉬가 당당하게 가운뎃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만행을 선보였다. 리들은 언제나 그랬듯 애쉬의 가감없는
욕설에 관대하게 굴었다. 우아하게 포크를 놀려 케잌까지 잘라 먹으며, 그는 시선을 주지도 않은 채 자신의 발언을 정정했다.
"너를 정말로, 정말로 좋아하니까 그러는 거지."
"존나 소름돋으니까 지랄 마라고 시발."
애쉬는 아주 끔찍하고 유감스러운 걸 보는 듯한 시선으로 리들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한참동안 리들을 스캔하고, 꿀차를 조금
마시고, 리들을 스캔하고, 꿀차를 조금 마시고, 심지어는 십여분의 고찰까지 마친 애쉬의 안색이 그제야 새하얗게 질렸다.
"너…너……. 볼드모트 경은 사랑을 모르신다더니 혹시 게이세요?"
사실 여자에 대한 사랑을 모르는 거라든가. 띄엄띄엄 어울리지 않게 정중하기까지 한 어조로 나온 말이 아주 재미난 농담이라도 된다는 듯 리들은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온후하게 미소했다.
"내가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애쉬 네가 남자였을 뿐이지."
"시발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게 된 애가 남자였을 뿐이야 같은 소름 끼치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껄이고 있어!! 진실을 말해 이 잠정적 범죄자 플러스 잠정적 호모새끼얔!! 나는 남자 안 좋아한다고!!!"
"나는 계속해서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데."
"좋아!! 좋아 시발!! 다 좋아 시발!! 날 설득해 봐 시발 내 어디가 존나 좋아서 지랄이야!"
거의 절규에 가깝게 비명을 내지르며 손에 들린 꿀차를 구원줄마냥 꼭 틀어 쥔 애쉬가 눈을 데록데록 굴렸다. 생명에 위협이라도 받은
것처럼 간절해 보이는 얼굴을 그제야 제대로 마주해 주며, 리들이 자신을 번거롭게 하지 말라는 듯 한숨어린 표정으로 책을 덮었다.
그리고는 찬찬히 애쉬를 뜯어 보기 시작했다. 지, 진지하게 날 살펴보지 맠. 도저히 그 열렬한 시선을 감내할 자신이 없었던
애쉬는 꿀차를 또 한 잔 가득 따라 파워 드링킹했다.
"울리고 싶고."
"프븝"
그리고 마시던 꿀차를 그대로 줄줄줄 턱으로 흘려야 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리들이 여유롭게 턱을 괴었다. 빙그레 웃는 얼굴은 신의 축복이라도 받은 듯 완전했고, 소름끼치리만큼 다정했다.
"엉망진창으로 망가트려서, 내 옷자락에 매달려 엉엉 울며 애원하게 만들고 싶지."
애쉬는 꿀차를 닦을 생각도, 입을 다물 생각도 못한 채 아연히 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들이 상냥하게 미소 지은 채 손수건을 들어 손수 애쉬의 입가를 천천히 닦아주며 속삭였다.
"내가 원하는대로 널 내 손 안에 쥐고 휘두르고 싶단다, 애쉬."
"어…어버…어법버버법……."
"울면서 내 이름을 불러 보렴. 처절하고 하찮은 얼굴로 말이야."
믿을 수 없게도 그 어느 때보다도 온화한 얼굴을 바라보며 애쉬는 천천히 보석같은 눈동자를 깜박였다. 이윽고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랄 마아아아앜!!!!! 차라리 뭔 꿍꿍이가 있다고 해 주세요!!!!!"
"내가 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야 하니?"
"제발!!!!!!!!! 제발요!!! 아아아아아아악!!!! 염병 이건 꿈일 거야!!!"
창문으로 뛰쳐 나가기라도 할 듯이 냅다 창틀에 발을 얹는 꼬라지에 리들이 빙그레 웃으며 지팡이를 톡 휘둘렀다. 곧장 진압된 애쉬는
밧줄에 꽁꽁 묶여서 둥둥 떠올랐다. 그를 다시 자신의 앞자리에 내려 놓은 리들은 사색이 된 애쉬의 뺨을 제 손으로 감싸 쥐며
그를 압도하듯 깔아 봤다. 소파와 리들 사이에 움직임까지 봉쇄당한 채 낑긴 꼴이 된 애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길고 창백한 손에
의해 들어올려진 턱에서부터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저……저기 시발 내가 존나 뭔갈 존나 많이 존나 잘못한 것 같은데 존나 사과할 기회를 주세요!"
"어휘력이 부족하구나, 애쉬. 같은 단어가 한 문장 안에 몇 번이나 들어간 건지."
"존나 미안하네요 시발!!"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이참에 욕설을 사용하지 않고 의사소통 하는 법에 대해서 배워야 할 필요가 있겠어."
"뭐시발!! 내 말투가 뭐시발!!! 너 좋을 짓 할 일 있냐 시발!! 존나 입 거칠고 똑같은 거 달린 사내 새끼가 뭐 좋다고
지랄이세요?? 애초에 니가 나한테 한 짓을 생각하세요?? 도르셨어요?? 나야말로 돌겠네 시발!! 미쳐 돌아버리겠넼! 빨리 나 풀어 이 새끼야!! 지금 뭔 짓 하려는
거얔!!"
"글쎄."
리들은 의외로 순순히 물러났다. 여전히 애쉬는 풀어주지 않은 채였지만 적어도 바로 코앞까지 들이밀어졌던 얼굴을 다시 들어 올린 그가 마치 정말로 아무 것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듯 애쉬를 내려다 보았다.
"지금 뭘 해 줬으면 좋겠니?"
"아무것도!! 아무것도 시발!! 일단 떨어져! 그리고 날 풀어줘! 마지막으로 날 로그아웃 시켜주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겠네!!"
"그 건방진 소리를 지껄이는 입술을 물어 뜯어 줄까?"
"뭐무으어뭐뭐뭐뭐시여 시벌???"
"날 능멸하던 세치 혀를 잘근잘근 씹어 주는 것도 기분 좋을 것 같아, 애쉬."
애쉬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창백해졌다. 그가 앉은 바로 옆에 한쪽 무릎을 세우고 소파 등받이에 팔을 얹어 애쉬를 품에 안듯이 선 리들이 애쉬의 귓가에 느른하게 속삭였다.
"보석같은 보랏빛 눈알을 핥아 올리면 너는 아프다고 엉엉 울까. 약한 만큼 민감한 몸이니 구석구석 물어뜯어 흔적을 남기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렇게 피를 보면 너는 겁을 먹겠지. 게다가 그 창백하고 연약한 몸뚱아리가 나를 대체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겠니?
아마 넌 시작부터 울면서 빌기 시작할 거야. 덜덜 떨면서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눈물을 뚝뚝 떨굴 텐데. 생각만 해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얼굴이구나."
그의 말 그대로, 애쉬는 조금씩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 여자랑도 자 본 적이 없는데 존나 위험한 새끼에게 그것도 사내새끼에게 당하게 생겼다!! 심지어 최악의 방식으로!! 귓가에 와 닿는 더운 숨결에 목덜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고개를 들어 올린
리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창백해진 얼굴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럼 우리, 가장 먼저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부터."
그가 애쉬의 귓볼을 긴 손가락으로 지분대며 코끝에 제 코끝을 마주대자 검은 보석같은 눈동자에 붉은 광기가 일렁였다. 짐짓 상냥하고, 다정스레 속삭이는 음성은 얼핏 달콤하기까지 했다.
"증명해 볼까?"
흐어어엉…… 십새기야 이런다고 내가 겁 먹을 줄 알면 그건 바로 경기도 오산인데 사실 졸라 무섭군 입니다…….
애쉬가 기이한 소리를 내며 입을 꾹 다물자 잠시 그를 내려다 보던 리들이 빙그레 웃었다.
"농담이야."
우아한 몸짓으로 물러나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그가 지팡이를 휘둘러 애쉬를 풀어 주며 천천히 찻잔을 들어 올렸다.
"안타깝게도 아직 나도 그 정도의 마음의 준비는 되지 않아서 말이지."
"흐, 흐으헣? 마음의 준비요 씨발? 너 존나 살인 하면서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새낄세! 그래 좋다 평생 마음의 준비를 해쥬세여! 그 전에 시발 그런 농담은 하덜 맠!! 농담으로 살인도 할 새끼 같으닠!!"
"아무리 나여도 같은 성별을 데리고"
"악!! 악──!! 악악아아악───!!!"
"……하는 거에 거부감이 없는 건 아니란다."
"존나 아무렇지 않게 지껄이며 말은 잘 한다 씨발!! 난 갈 거야!! 존나 테리나 맨디 네에 가서 재워달라 하겠어!! 너새끼랑 불안해서 살 수가 있나!!"
리들이 불쾌하다는 듯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소리내어 웃었다.
"좋아, 그러렴. 네가 보지 않는 곳에서 내가 무슨 짓을 하든지 상관 없다는 이야기구나."
"아니씨발 뭔가 농락당한 기분!? 안 가 시발!! 내가 미쳤냐! 너새끼 계획대로 움직여 줄 마음 없음이다!!"
버럭 외치며 다시 자리에 앉던 애쉬는 리들의 온후한 얼굴을 발견하고 그대로 쩡 굳었다. 앉지도 서지도 못한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의 표정을 살피던 애쉬가 머리를 쥐어 뜯으며 바닥에 뒹굴었다.
"와시발 이거 존나 진퇴양난일세!"
답이 없네 답이 없어.
3.
어쩐지 오늘따라 시야가 어질어질하고 몸이 비틀비틀한 것이 내가 비틀거리는 건지 세상이 흔들리는 건지 그냥 돌은 건지 모르겠네.
애쉬는 비척비척 걷다가 계단을 내려가기 직전에 계단 난간을 붙들고 섰다. 가만히 있는데도 눈앞이 흔들리는 걸 보면, 좋아, 이건
내가 비틀거리는 건 아니군.
그는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당당하게 웃었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중에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렸다. 어떻게 난간을 붙들고 서긴 했는데, 계단 한가운데서 덜덜 떨며 난간에 거의 기댄 채 서 있으려니 무섭기도
했고, 난간 너머로 보이는 땅이 빙글빙글 돌며 다가오는 것 같기도 했다.
"시발 인정할 건 인정 해야겠어. 난 지금 존나 열이 있는 거야 시발."
너무 늦은 인정이었다. 그는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들다가 핑 현기증이 돌아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대체 뭐가 문제인가. 어젯밤 잠이 안 와서 카톡 노트에 존나 찡찡대다가 결국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한바탕 폭언을 퍼붓고 간
리들새끼 때문인가? 그게 아니면 어떻게 어떻게 리들을 진정시켜 쫓아낸 후에 존나 잠이 안 오길래 지팡이로 음악 재생 했다가 흥이
나서 침대 위에서 아우성을 쳤던 것 때문인가? 아우성을 치다 보니 더워져서 벽면을 거의 다 차지한 창문을 대문짝만하게 열어 두었던
것이 문제인 건가? 땀이 마르기도 전에 침대에 드러누워 이불도 덮지 않고 그대로 곯아 떨어진 것이 문제인 건가!
그냥 죄다 문제잖아 시벙!!
"아흐으ㅇ어어흐 나새끼 쓰레기새끼……."
뒤늦은 현자타임이 찾아왔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이제 숨쉬는 것도 더워졌다. 천천히 몸을 낮춰서 거의 주저앉다시피 한 그는
난간에 이마를 대고 숨을 몰아쉬었다. 아픈 것도 아니고 그냥 온몸이 뜨끈뜨끈하고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는 것 뿐인데 눈물이 찔끔
났다.
열이냐 감기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무래도 목이 아프진 않으니 단순 몸살에 열이 좀 겹친 것 같은데. 이런 시발.
코코를 불러서 방에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코코를 부르려는데 누가 갑자기 그의 어깨를 잡아챘다. 화들짝 놀라서 돌아서려다가 그대로 아래로 굴러 떨어질 뻔 했다.
"아아아엉컹컼ㅋ커?! 어, 어후 씨발 죽을 뻔?!"
"……대체 어젯밤에 뭘 했기에?"
빠르게 애쉬의 팔을 붙들어 가까스로 제대로 세운 리들이 뜨끈뜨끈한 팔을 내려다 보며 혀를 찼다. 여전히 반쯤 뒤로 넘어간 상태던 애쉬가 리들의 팔을 붙들고 가까스로 몸을 세웠다.
"너새끼때문에 잠 못 자서 이러잖엌!"
"말은 바로 해야지, 애쉬. 너 때문에 잠을 못 잔 건 이쪽이야."
"이, 이잌……. 어쨌든 방금 전 떨어질 뻔한 건 존나 네 탓이 맞다! 시발 그러고보니 너 존나 가까이 오지 마라곸!"
"내가 왜 그래야 하니?"
"얼굴 들이밀지 마, 이 또라이얔!! 씨발 남자끼리 뭐 하는 거야! 놔! 놔! 놓지 못 햌?!"
하지 마 하면 더 하는 어린아이처럼, 팔을 붙들고 있던 손을 휙 잡아당기며 다른 팔로 허리를 받치고 몸을 밀착시킨 리들이
유들유들하게 웃었다. 얼굴과 어깨를 밀어내며 질색하는 애쉬의 표정이 재미있기도 했고, 열때문에 그렁그렁해진 눈동자는 꽤나.
"이, 이 이이이이 이런 씨발! 놔! 놔씨발! 아아아아아앜 어머니 시발 아들이 시발 남자한테 덥쳐지고 있어옄 앜 아옼!
시발ㅋㅁ루암륨아ㅠㄻㅇ ㄹ 존나 마음의 준비 안 됐다맼! 안 됐다 그랬잖옄!! 훠이훠이 꺼져 시발!! 난 방에 가서 존나
쉬어야겠어! 어웈컼컼 켘 쿨럭 크헠 시발 감기 아닌 줄 알았는데 말 많이 하니 목이 갈라지네 이런 염병? 열 때문인가? 감기
때문인가? 존나 몸레기 때문인가? 죄다 간 때문인가!"
어찌되었든 비틀거리는 걸 붙잡아 세운 리들이 혀를 쯧쯧 찼다.
"사람을 치한 취급 하다니."
"존나 최근 너새끼의 행동을 스스로 돌아보시죸?!"
"네가 좋아하는 정감 있고 다정하고, 너의 인격을 존중하고 애착에 기반을 둔 행동을 하고 있잖니."
"시벙?!"
그렇게 말하니 존나 반박할 말이 없닼. 애쉬는 울고 싶어졌다.
어쨌든 일단 현재 상태에서는 까딱 잘못했다간 계단에서 구를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는 스스로와 타협을 했다. 개기더라도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서 개기자.
"이, 일단 리들님 나 좀 저 위로 좀."
"방에 갈 생각이겠지."
"알면 좀 빠딱빠딱 좀 움직여라 시발. 부축 좀 해 줘."
"그럼."
"와아아앜! 아아앜?! 시발?! 시바라랑ㄹ무이ㅏㄹ마ㅣ유라ㅣ!!"
"이젠 영어도 제대로 못 하는구나."
"내 모국어는 한글이야! 영어따위 옘병! 아니 그 이전에 시발! 시발! 내려놔! 내려놓으라고!"
"이대로 놓아 버려도 된다는 거니?"
"아니 그건 좀 곤란……시벙……."
결국 애쉬는 리들의 품 안에 축 늘어졌다. 아니 시발 엠마한테 공주님 안기 당한 거로 모자라 이제는 남자한테……그런데 남자한테
당한 거랑 여자한테 당한 거랑 어느 게 더 치욕이고 어느 게 더 괴로운 일인지 존나 모르겠다. 시발 내 인생이 어쩌다 이런
시궁창이 되었낰.
"에라이 옘병. 죄다 거지같은 힘체민 탓이지 젠장.."
"나쁘지 않다고 보지만."
"너한텐 안 나쁘겠죸! 시발! 존나 꽉 쥐기만 해도 뼈가 부러지고 한 대만 때려도 전투불능이 되니까요 염병!!"
"그런 것보다도 원할 때면 애쉬 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잖니."
"내가 말한 모든 게 결국 네 마음대로 한다는 거 아냨!"
"이해를 못 하는구나. 직접 경험시켜 줘야 하는 걸까."
"아니씨발!! 사실 이해했어욬! 아니 근데 미친 너 진짜 요즘 왜 이래 흐엉어어엉엉어엉 존나 그런 씨발 그런 드립은 치지도 마 차라리 그냥 존나 살벌하게 대해 주세요 엉엉 시발 속셈이 뭐야 이 개새끼야 엉엉"
차라리 죽게 해 달랔……. 아니 시발 물론 그건 좀 곤란하지만……. 애쉬가 끙끙대고 앓는 소리를 냈다. 결국 리들이 애쉬를 안아든 채 계단을 다 오르자마자 기회를 노리던 애쉬가 발딱 상체를 세웠다.
"오키! 땡큐! 이제부터는 제 발로 제가 어엌엌 어깨! 어깨! 손에 힘 풀어 이 씨발아! 앜! 내려달랔곸읔읔읔앜읔엌엌어어엌"
"얌전히 있으면 아프지 않잖니."
"어어어어으어어어어 아직도 얼얼하네 미친.. 너 이 미친놈아 시발 악력 몇이야. 아니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시발 계단 올라왔으니 이제부턴 내가 기어가든 말든 내려달라곸!"
"그러고보니 애쉬, 네가 분명 아픈 사람, 병든 사람, 위험에 처한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어 보라고 하지 않았었니? 이참에 호의를 베풀어 볼까."
그만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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