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 Zero/4창검/For MS님]

 디어뮈드x세이버

 원작 안 본 스레기입니다 스레기라 죄송합니다 제송합니다 ㅈ..ㅅ......




 검과 창이 부딪쳤다. 그는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였다. 날붙이가 맞부딪치며 튀어 오르는 붉은 불꽃 덩어리들 사이로 황금빛 눈동자를 보고, 기이하고도 눈치 없게도 세이버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전투를 즐겁게 받아들인 적이 없다. 언제나 아서왕의 어깨 위에는 수많은 목숨들, 수많은 동료들, 그리고 수많은 뜻이 얹혀 있었다. 아르토리아가 그런 전투를 즐긴다는 것은 언어도단이었다. 아르토리아가 절대 해서는 안 될 일 중 하나였다.


 따라서 아르토리아는 오늘 이 날 이곳에서야, 그녀가 살아가던 시대로부터 천오백년이 지난 이곳에서야 처음으로 깨달았다. 믿을 수 있는 적, 신뢰할 수 있는 정의를 품은 기사를 상대하는 것은.


 목숨을 건 전투라도 즐거울 수 있겠구나.


 “명리(名利)에 홀려서, 기사의 긍지를 멸시한 망자놈들…….”


 허니 외도를 걸은 것은 키리츠구였고, 세이버였다. 전장에서 만난 첫 벗이었고. 처음으로 감각한 그 어떤 애착이었다. 동지애도 아니고 연민도 아닌 무언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었던 것들. 디어뮈드 오 디나는 소녀 아르토리아에게 말했다. 그대를 만나 다행이라고. 그대야말로 참된 기사라고. 그러나 아르토리아는.


 “그 꿈을 내 피로 더럽히도록 해라! 성배에 저주 있으라! 그 원망(願望)에 재앙 있으라!”


 세이버를 돌아보는 순간 그 악귀처럼 일그러진 얼굴이 어찌 잊힐 수 있을까? 그 아름답고 영준하던 얼굴, 단정하고 순수한 충정으로 가득했던 수려한 낯이 마치 끓는 쇳물에서 기어 나온 핏덩어리 괴물처럼 추하고 흉악해 보였다. 키리츠구의 짓이었다. 세이버, 아르토리아 팬드래건의 마스터.


 언젠가 지옥의 가마에 떨어지면서, 이 디어뮈드의 분노를 떠올리거라!


 아니, 너는 틀렸다, 디어뮈드! 지옥에 떨어지며 떠올릴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세이버가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키리츠구가 올바르지 못한 방법에도 연연하지 않음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그러나 이것은.


 너는 틀렸다, 디어뮈드! 나는 너를 떠올리기 때문에 지옥에 섰다! 세이버를 원망하는 듯 돌아봤던 그 순간의 흉악하게 젖은 악마성을 떠올리며——에미야 키리츠구에 의해 더럽혀진 그 영령의 정순함을 떠올리며 세이버의 전쟁은 비로소 다시 지옥이 되었다. 그 옛날, 캄란의 언덕과 같이, 피로 물드는 노을, 잿빛 언덕…….


 아르토리아는 에미야 키리츠구가 외도를 걷는 인간임을 인정해야 했다. 그녀의 검으로 얻어내려는 것이 외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곧, 디어뮈드 오 디나, 영광스러운 기사의 영혼을 그 추하고 끔찍한 절망으로 추락시킨 것에도 책임이 있음을 인정해야 했다.


 디어뮈드 오 디나가 최초로 아르토리아라는 개인의 소녀를 온전히 명예로운 기사로 칭해주었기 때문에, 그의 죽음 앞에 그녀는 명예 높은 기사도 긍지 있는 왕도 되지 못 한 채 그저 개인의 아르토리아가 되고 말았다. 더이상은 긍지도.


 이 내가…… 단 하나 품어왔던 소원조차도, 짓밟고서도…… 네놈들은, 무엇 하나 부끄럽지도 않은 거냐!?


 명예도 없다……!


 디어뮈드의 노호성이 귓가를 쟁쟁 울렸다. 대체 이 전쟁에서 우리는 무엇을 구하려 하였는가? 이것은 다시 캄란의 언덕이었다. 약속의 전우와 미소 띤 얼굴로 손을 섞던 어느 깨달음과 구원의 땅이 아니라.


 여기가 바로 캄란이었다.


 죽음을 위해 선 자들밖에 없는, 죽음밖에 맺히지 않는.

 누군가를 죽이고서야 설 수 있는 악몽의 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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