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2차창작/메플

죽음의 연습 for 화뉴님

안나Y 2015. 11. 4. 02:30

※화뉴님 힘내엿

※쥬물쥬물.......

※동인설정 흑프리드 관련 소재, 개인적으로 짠 동인설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 걸음만 더 가면 종말이다.


 그러나 그는 결국 그 한 걸음을 내딛을 수가 없었다. 수도 없이 반복한 짓이었지만 그 끝 역시 반복되는 모양이었다. 그는 학습하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저주스러운 일이었는지. 그가 얼마나 연약한 인간이었는지. 왜 그때에는 두렵지 않았던 것들에 두려움을 느끼고야 마는지.


 그의 발끝에 그림자가 늘어졌다. 그림자는 마치 그의 내부에서부터 천천히 기어 나와 대지에 스며든 얼룩처럼 차갑고도 끈끈하게 느껴졌다. 어슴푸레한 여명 아래로 그림자만 붉고 어두워서 시야에 잔상을 남겼다. 숨을 들이쉬고…내쉬고……들이쉬고….


 내뱉었다……. 이것은 죽음에 대한 연습일까, 생존에 대한 연습일까? 그는 몇 백 년 만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애써 외면하던 물음이었다.


 처음으로 자기 자신의 파멸을 지켜보던 날, 그는 세계를 위해서라도 스스로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껏 수많은 피와 목숨을 바쳐 얻어낸 것을 망가트릴 자가 있다면 분명 그 자신이 될 것이라고. 그러니 스스로 목숨을 끊자. 그를 믿고 이 희망 없던 여정에 동참해 주었던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이 가치 없는 목숨 대신 죽어간 생명들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죽어야만 한다.


 그러나 그렇게 목숨을 끊으려던 첫 날, 그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만 것이다. 어차피 덧없는 목숨 따위는 내버리고 시작된 여행이었다. 그러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그저 그의 죽음이 무언가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가정을 외면할 수 없었다. 만일 그의 죽음으로 완성되는 악마라면, 만일 그의 죽음으로 성립되는 파멸이라면. 그의 죽음에서 시작되는 종말이라면?


 그런 물음이 륀느의 대리자, 용의 마법사 프리드로 하여금 차마 죽지도 못 하게 했다. 결국 그는 차라리 싸우기로 했다. 자기 내부의 그림자와.


 “그림자!”


 그는 목을 긁어내듯 공격적으로 뇌까렸다. 단 한 번도 그런 식으로 무언가를 말해 본 적이 없는 인간이었지만 그는 기어코 사납게 웃어버렸다. 그림자, 그림자라니! 혼자 미친 사람처럼 웃어대던 그가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안에 어둠이 있었다. 그건 그림자도 아니었고 프리드는 이해 못할 낯선 악마도 아니었다. 그건 분명 그 자신이었다. 마음속에 뿌리 깊게 틀어박힌 어둠의 씨앗이, 기어코 프리드의 무언가로 하여금 싹을 틔우게 한 것. 결국 어딘가 다른 곳에서 찾아온 것이 아닌 프리드 본인에 의해 시작된 어둠. 그래서 그는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이것은 죽음에 대한 연습일까, 생존에 대한 연습일까?


 발밑에 그림자가 늘어졌다. 질척하게 늘어지는 어둠처럼 검고 붉은 빛깔으로. 시퍼런 여명마저 다가서기를 꺼리는 것처럼. 한 걸음만 더 가면 종말이건만, 그는 한 걸음을 물러서고야 말았다. 다시 한 번 반복되는 하루였다. 숨을 내쉬고…들이쉬고……내쉬고….


 들이켰다…….

 들이켰다…….


 여기야말로 종말이라고, 그는 이윽고 숨을 들이쉬었다…….





공포 1463

공제 10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