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6팔로워/늘보님] 루미너스x아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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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스(루나ts)x아실리
“선배.”
“엉?”
입 안 가득 초콜릿 묻은 막대 과자를 밀어 넣던 아실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루미너스를 보았다.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비스듬히 턱을 괴고 있는 소년과 눈이 마주치자 아실리가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너 숙제 한다지 않았냥. 왜 날 보고 있는?”
우물우물 입안에 든 것을 씹어 삼킨 아실리가 또 하나의 과자를 집어 들었다. 별다른 대꾸 없이 빤히 그녀를 바라보던 루미너스가 몽롱하게 두 눈을 깜박였다. 하나 더 입에 넣고 오독오독 깨물어 먹던 아실리가 슬쩍 루미너스의 표정을 살폈다가 다시 데구르르 시선을 굴려 과자가 담긴 접시를 바라보았다.
루미너스를 한 번, 과자가 담긴 접시를 한 번 바라보던 아실리가 울상을 지었다.
“이, 이씨. 치사하게 먹던 걸 뺏어먹으려고. 하나만 먹어, 시밬.”
“그다지 먹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요.”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며 과자 하나를 집어든 루미너스는 먹고 싶은 거 아니었으면 내려놓는 게 어떻겠느냐 짐짓 엄숙하게 말을 거는 아실리를 무시한 채 과자를 한 입 물었다. 한 입 한 입 과자가 사라질 때마다 아실리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루미너스는 잠시 그녀의 얼굴을 관찰하듯 뜯어보다가 고개를 기울였다. 아실리의 고개도 함께 모로 기울었다.
“선배, 크리스마스 파티에 같이 나갈 파트너 정했어요?”
“엥? 아니? 어, 그야 테리가 나한테 춤 가르쳐주는 중이니까 걔랑 가지 않으려낭.”
“부트 선배가요? 파티를요?”
“……헉 시발 그러겤.”
순식간에 납빛이 된 아실리의 얼굴을 빤히 보던 루미너스가 눈을 가늘게 접었다. 딜을 하죠. 특유의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대수롭지 않게 제안한 루미너스가 과자 하나를 더 집어먹었다. 아실리의 표정이 좀 더 일그러졌다. 아, 하나만 먹으랬잖아. 그건 계속 먹어도 된다는 우회적인 권유 아닌가요? 아냐, 시발! 찡찡대는 아실리를 잠시 바라보던 루미너스가 팔짱을 끼고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제 페어리 탐사를 도와주실 의향만 있으시다면 제가 도와드릴 수도 있고요.”
“호, 호에엩.”
그런 래번클로스러운 행사에 엮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파트너 없는 트리위저드 챔피언이라니 죨라 쫄리겠군 하는 생각이 고스란히 아실리의 얼굴 위로 나타났다. 루미너스는 잠시 흥미롭다는 얼굴을 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과자 하나를 더 집어 먹었다. 한 번에 여러 일을 못하는 아실리는 루미너스가 과자를 훔쳐가는 것에 제대로 된 반응도 보이지 않고 루미너스를 빤히 바라보며 고민하고 있었다. 루미너스는 한 마디 더 던졌다.
“선배가 데려가주지 않으면 전 그 파티에 갈 수 없거든요.”
“너 파티 좋아해? 그건 좀 의외인뎅.”
“파티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싫어하지도 않아요. 그저 제가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다신 없을 행사니까. 경험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하고 효과적인 자료가 되거든요. 대개의 일을 추론하는 데 있어서 말이에요.”
“시밬 뼛속까지 래번클로스러운 발언이시네요 염병.”
아실리는 끄으응 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루미너스는 감흥 없이 고개를 기울이며 그녀의 머리통을 바라보았다. 음, 보통 저렇게 하면 머리가 상하거나 손톱이 상하거나 많이 아프겠지만 아실리 선배 정도의 힘으론 별 상관없겠지. 가차 없이 결론을 내린 루미너스가 다시 한 번 그녀를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실리가 고개를 들었다.
유달리 색이 선명한, 남부 휴양지의 바닷물 같은 청록색 눈동자가 비스듬히 아실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난히 색 대비가 강렬한 루미너스의 더티 블론드가 구불구불 파도처럼 눈동자를 조금 가린 채. 이, 이 새끼도 누가 래번클로 아니랄까봐 생긴 건 졸라게 멀쩡하지. 아실리가 신중하게 고민했다.
“이, 일단.”
“네.”
“만일의 만일의, 아주 아주 만일의 경우지만 말입니다.”
“네, 선배.”
“시발 그럴 일 거의 없겠지만 테리 새끼가 파티에 관심이 있어서 나랑 파트너를 해줄 생각이 있었을 수도……! 아 시발 그 새끼 졸라게 인기 좋아서 파티에 관심 있었으면 분명 나 말고 다른 애들한테서도 실컷 파트너 신청 받고 승낙했겠지. 어무이 왜 저만 파트너 신청도 못 받고……? 요로코롬 미녀인뎅……? 요로코롬 귀엽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선배, 진심이에요?”
“시발 이 새끼 졸라 너무하넼!”
아실리가 상 너머로 루미너스의 어깨를 퍽 쳤다. 물론 루미너스는 그다지 큰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아실리가 침울한 얼굴을 하며 본인의 손을 들여다보든 말든 루미너스가 대수롭지 않게 덧붙였다.
“제가 파트너 신청 했잖아요. 아무에게도 못 받은 건 아니네요, 뭐.”
“네놈 새끼는 의도가 불순하잖아 천하의 래번클로 자식앜…….”
“저는 선배가 예쁘지 않다고 한 적은 없는데요.”
아실리가 입을 헤 벌렸다. 그녀는 몹시도 의심스럽고 미심쩍다는 눈빛으로 루미너스를 위아래로 훑어대기 시작했다. 루미너스는 초코 과자 하나를 더 집어 들었다. 이번엔 그것을 제 때에 눈치 챈 아실리가 그의 손등을 찰싹 때렸다. 물론 루미너스의 움직임에는 전혀 방해가 되지 못한 행동이었다.
“아씨, 그만 먹으라고 새끼야!”
“선배는 예뻐요.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말도 객관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아실리의 입이 더 떡 벌어졌다. 과자 하나를 우물우물 조금씩 입에 집어넣으며 루미너스가 그녀의 벌어진 입에 과자 하나를 더 넣어주었다. 아실리는 일단 그것부터 얌전히 받아먹었다. 루미너스가 한 손으로 팔꿈치를 받치고 턱을 만지작거렸다. 그가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아실리는 그런 루미너스를 빤히 바라보며 일단 과자부터 씹어 먹으면서 맹렬히 머리를 굴렸다. 얘, 얘가 날 좋아했나? 언제부터? 드디어 내 모쏠 인생에도 봄날이 옵니깤?! 언제부텈?! 아니 그런데 왜 하필 래번클롴?! 그때 루미너스가 툭 내뱉었다.
“음, 그런 상태면요.”
나니.
“그런 상태?”
“음, 말 안 하고 안 움직이는 정도?”
“뭐이시밬.”
“입 열지 말라니까요.”
“…….”
“아, 딱 좋네요. 맞아요, 미녀. 객관적으로 얼굴은요. 자 하나 더 드세요. 아.”
“죽고 싶냐? 그런 농담은 죽음을 부른단 거 아니, 루나얌.”
“다행이네요, 안 죽겠어요. 농담이 아니었거든요.”
“…….”
시벌 래번클로 같은 래번클로의 래번클로 새끼……. 아실리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 와중에 루미너스가 과자를 입 앞에 내밀어주자 그녀는 일단 그것을 받아먹었다. “사실 미소녀라기보다는 애완동물 느낌이죠.” 루미너스의 마지막 말에 결국 아실리는 상 아래로 그의 정강이를 거하게 걷어찼고, 물론 언제나와 같이 효과는 미비했다.